21세기에 들어서 우리들은 근대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인류가 저지른 환경 파괴의 행위로 인하여 지구 생태계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 우리의 환경 문제를 재조명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있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환경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것처럼, 이 글의 주제인 소리풍경(soundscape)도 자연환경의 파괴로 인한 문제를 재인식하고 대처해가는 과정 속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소리풍경의 원어인 ‘soundscape’는 ‘소리’를 뜻하는 ‘sound’와 ‘조망’ 또는 ‘경관’을 의미하는 접미어 ‘scape’의 복합어로서 시각적인 풍경(landscape)에 대해서 귀로 파악하는 풍경, 즉 청각적 경관 혹은 소리풍경을 의미한다.
소리풍경은 귀로 듣는 소리의 세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 전체로 느끼는 감각이나 분위기도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것은 자연이나 도시를 둘러싼 다양한 계획론이 지금까지 시각에 편중해 온 것에 대해서 청각을 통해 전신 감각적 사고를 되찾으려고 하는 사고방식이다. 전문적으로는 ‘개인 혹은 사회가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하고 있는가에 강조점을 둔 소리환경’이라 정의된다. 예를 들면 매일의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어떠한 소리에 계절의 변화와 조석(朝夕)의 리듬을 느끼는가, 어떠한 울림에 애착을 느끼는가, 지역다움을 지지하는 소리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처럼, 특정 시대와 지역에서 소리환경을 하나의 문화로서 파악하거나 혹은 소리라는 관점에서 그 사회의 문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소리풍경은 음성이나 음악과 같은 인위적인 소리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고 어떻게 자연의 세계와 관계하고 있는가라는 문화의 근본을 문제로 하는 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무등산의 소리풍경도 자연환경과 더불어 인간의 문화 활동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무등산의 소리풍경 내용에는 새와 곤충 등의 살아있는 생물의 소리에서부터 계곡이나 폭포의 물소리 혹은 바람소리와 같은 자연현상의 소리,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의 말소리나 함성과 같은 인간의 소리나 활동의 소리, 국태민안을 기원하거나 기우제를 지내는 제례 의식의 소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종류의 소리가 포함되어 있다.
언제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무등산의 빼놓을 수 없는 승경을 적어 놓은 원효팔경(元曉八景)에는 귀로 파악한 무등산의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리풍경이 전해지고 있다. 원효팔경 중에 원효모종(元曉暮鐘), 의상모우(義湘暮雨), 만치초적(晩峙草笛), 원효폭포(元曉瀑布)의 4경이 소리와 관련된 풍경인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도 소리를 중요한 풍경의 요소로서 파악하고 있었다.

① 무등명월(無等明月) : 원효사에서 무등산 정상에 솟아오른 달을 바라보는 운치
② 원효모종(元曉暮鐘) : 저녁 안개 사이로 들려오는 원효사의 종소리
③ 의상모우(義湘暮雨) : 의상봉에 내리는 저녘비
④ 서석귀운(瑞石歸雲) : 서석대에 감겨드는 뭉게구름
⑤ 안양노불(安養老佛) : 안양사의 부처님
⑥ 삼밭열적(蔘田烈蹟) : 삼밭실에 서려있는 충장공의 전설들
⑦ 만치초적(晩峙草笛) : 늦재에서 들려오는 나무꾼들의 풀피리 소리
⑧ 원효폭포(元曉瀑布) : 장쾌하게 쏟아지는 원효폭포의 물줄기

무등산 소리풍경은 2011년 광주문화재단의 ‘산 테마 아시아문화 스토리텔링 사업’의 일환으로 ‘무등산 소리풍경 명소’를 시민 공모하여 조사하였고, 2012년 1월 6일 광주MBC방송국의 신년특집 ‘사운드스케이프 무등산’이라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영된 바 있다. 여기에 소개된 내용 중 일부는 당시의 조사 내용과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무등산의 소리풍경 조사의 목적은 일상생활 속에서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다양한 무등산의 소리에 대해서 재발견을 촉진하고, 무등산의 아름답고 풍부한 소리환경을 보전하여 미래를 짊어질 후손들에게 무등산의 소중한 자연․생태, 역사․전통의 문화유산을 전해 주고자 하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맡겨진 중요한 사명이다.
자, 그럼 이제 무등산의 소리풍경의 세계를 찾아서 오감의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표 1> 무등산 소리풍경 명소 분류

대주제	생물	자연현상	생활문화
소주제	▷ 식물 □ 무등산 당산나무 ■ 장불재 억새밭 □ 신선대 억새평전   ▷ 조류 □ 제4수원지 겨울철새	▷ 계류/여울 ■ 소쇄원 계류/죽림 ■ 풍암정 물/바람 □ 용추계곡 □ 원효계곡   ▷ 폭포 ■ 용추폭포 ■ 시무지기폭포 □ 용연폭포   ▷ 복합 ■ 제1수원지 편백숲 □ 광주호 호수생태원 □ 명옥헌	▷ 신호음 ■ 원효사의 범종/예불 □ 규봉암의 목탁/풍경   ▷ 의식/행사 ■ 천제단 개천제전 ■ 새인봉 훈련/함성 □ 증심사 오백나한대재 □ 경상리 느티나무   ▷ 생활/산업 □ 충효동 왕버들 □ 춘설헌/춘설차밭 □ 성촌마을 죽필공방 □ 무동리 샘터 □ 용연마을 상여소리

<표 2> 무등산 소리풍경 명소 분류(계절 구분)

구분	생물(1/4)	자연현상(5/10)	생활문화(3//11)
봄
여름	□ 무등산 당산나무	■ 소쇄원 계류/죽림 ■ 풍암정 물/바람 □ 용추계곡 □ 원효계곡 ■ 용추폭포 ■ 시무지기폭포 □ 용연폭포 □ 명옥헌	□ 무동리 샘터 □ 충효동 왕버들
가을	■ 장불재 억새밭 □ 신선대 억새평전	■ 제1수원지 편백숲 □ 광주호 호수생태원	□ 춘설헌/춘설차밭 ■ 원효사의 범종/예불 □ 규봉암의 범종/풍경 ■ 천제단 개천제전 ■ 새인봉 훈련/함성 □ 증심사 오백나한대제
겨울	□ 제4수원지 겨울철새		□ 경상리 느티나무
불특정 시기			□ 성촌마을 죽필공방 □ 용연마을 상여소리